'47%는 걸었다' 그럼에도 월드컵 지배한 메시
리오넬 메시(39)는 더 이상 젊은 시절처럼 달리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순간 에너지를 쏟아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5일(한국시간) 메시의 플레이 변화를 집중 조명하며 "메시는 더 이상 많이 뛰지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한 순간을 위해 에너지를 남겨둔다"고 분석했다.
BBC에 따르면 메시는 이번 북중미월드컵에서 전체 이동 거리의 47%를 걸어서 소화했다. 이번 대회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90분당 평균 이동 거리는 8.2㎞에 불과했고 경기당 평균 스프린트 횟수 역시 2.7회로, 4년 전 월드컵 당시 기록한 5.3회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활동량이 크게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 영향력은 오히려 반대였다.
BBC는 메시가 체력 저하를 감추기 위해 움직임을 줄인 것이 아니라, 경기 흐름을 읽고 결정적인 순간에만 폭발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축구를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대신 공간을 선점하고,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패스와 슈팅으로 경기를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시의 진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BC는 메시가 2003년 바르셀로나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 최소 다섯 차례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를 제치는 드리블 돌파가 최대 무기였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만나면서 축구사의 흐름을 바꾼 '가짜 9번(False Nine)' 역할을 맡았다.
특히 2009년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중앙 공격수로 기용된 메시는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렸다. 최전방 공격수처럼 서 있다가도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받았고, 상대 센터백은 따라 나설지 자리를 지킬지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현대 축구 전술의 한 축을 바꿔놓은 장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메시는 또 한 번 변신했다.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에는 득점뿐 아니라 경기 운영까지 책임지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파리 생제르맹(PSG) 시절에는 공격 전개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2021-2022시즌 공식전 34경기에서 11골 15도움을 기록, 득점보다 도움을 더 많이 올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생산성은 여전하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33개의 슈팅과 21차례의 결정적인 공격 기회 창출을 기록했다. BBC는 이를 두고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아르헨티나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공격 생산성이라고 평가했다.
예전보다 덜 뛰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메시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대표팀에서의 위상도 달라졌다. 한때 월드컵과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연이어 준우승에 머물며 비판의 중심에 섰던 메시는 2021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으로 오랜 한을 풀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주장으로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며 축구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BBC는 "젊은 시절의 메시는 폭발적인 드리블과 스피드로 경기를 지배했다면, 지금의 메시는 공간을 읽는 능력과 완성도 높은 판단으로 경기를 통제한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