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엔 조현우, 2022년은 조규성…2026 월드컵의 새 영웅은?
유럽 무대서 성장한 2000년대생 주목…오현규 선봉
이한범·배준호·양현준·엄지성·옌스까지 출격 준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늘 새로운 영웅을 선물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가치를 빛내며 얻은 자신감은 더 큰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후 유럽 진출 등의 성과를 내며 한 단계 올라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4강 신화를 달성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박지성·이영표·송종국이 전면에 섰다. 세 선수 모두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뒤 나란히 네덜란드 무대로 진출했다. 그중 박지성은 2005년 여름 당대 최강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유럽파 성공의 새 장을 열었다. 이후 2011년 국가대표 은퇴를 결정할 때까지 절대적 리더로 활약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이 맹활약했다. 이미 유럽 무대에 진출해 있던 두 선수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조현우라는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본선 돌입 직전 주전으로 도약한 조현우는 독일을 상대로 한 엄청난 선방쇼로 '카잔의 기적'을 일구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조규성이 자신의 이름을 만방에 떨친 무대였다. 가나전에서 헤더로만 멀티골을 기록, 세계에서 통하는 정통 스트라이커의 등장을 알렸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성공을 위해선 손흥민·김민재·이강인 등 기존 주축 외에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가장 눈길을 모으는 건 유럽에서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2000년대생 선수들이다. 이들 모두 월드컵 본선은 처음 경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연 월드컵 본선 무대에 입성한 21세기의 소년들 중 누가 성공을 이끄는 새 추진제가 될까
오현규의 창, 이한범의 방패에 달린 홍명보호의 성공
2001년생 오현규(베식타스)는 가장 크게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만 해도 등번호 없이 훈련 파트너 역할을 담당한 예비 멤버였다. 벤치에 앉지 못했지만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산 파울루 벤투 감독은 월드컵을 지근거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오현규는 그런 기대에 걸맞은 성장을 해 당당히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었다.
2023년 1월 수원 삼성을 떠나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로 향한 오현규는 벨기에의 헹크로 이적한 2024~25 시즌 12골을 기록,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소속팀에서의 기세는 대표팀에서도 이어졌고, 월드컵 3차 예선에서 4골을 터트리며 한국 선수 중 최다 득점자가 됐다. 2025년 여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유력했지만, 메디컬 테스트 문제로 실패하며 빅리그 입성이 좌절됐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료 240억원에 튀르키예의 베식타스로 이적해 아쉬움을 털었다. 헹크에서 10골, 베식타스에서 8골을 기록하며 시즌 18골 7도움을 올렸다. 현재 유럽파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도우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손흥민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과감한 판단력과 적극적인 슈팅 시도를 즐기는 오현규의 득점이 여러 차례 터져야 승리 가능성도 올라간다.
수비라인에서는 2002년생 센터백 이한범(미트윌란)이 단연 눈에 띈다. 2019년 브라질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의 주역이 된 이한범은 보인고 졸업 후 FC서울에 입단, 두 번째 시즌인 2022년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2023년 여름 조규성이 있는 덴마크의 미트윌란으로 이적하며 유럽파가 된 이한범은 첫해엔 3경기 출전에 그치며 큰 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2년 차부터 장점이 살아났고 3년 차인 2025~26 시즌엔 팀의 확고한 주전으로 도약, 총 40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컵대회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해 팀에 트로피를 안겼다.
유럽에서 싸울 수 있는 피지컬과 제공권, 몸싸움에 영리한 수비, 공을 다루는 기술까지 갖춘 이한범은 스리백과 포백 어느 상황에서든 김민재의 파트너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이번 시즌을 치르면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기세가 월드컵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겨울부터 EPL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 이번 월드컵 활약을 앞세워 빅리그 진출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2003년생 배준호(스토크시티)는 오현규와 함께 홍명보호의 새 활력소가 돼준 선수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1골 4도움을 기록하며 손흥민·이강인을 제치고 대표팀 내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올렸다. 이미 2023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며 4강 진출을 이끌었고, 잉글랜드 2부 리그인 챔피언십의 스토크시티에서도 핵심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미드필드 지역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하는 배준호는 공격적인 드리블과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 영리한 오프더볼 움직임을 지닌 현대적인 2선 공격수다. 이 위치에 손흥민·이강인·이재성 등이 우선 배치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대에 따라 혹은 경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배준호를 투입해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배준호 역시 유럽 진출 3년 차를 지나 더 높은 리그, 더 큰 클럽으로 향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이번 월드컵 활약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다.
양현준(셀틱)은 강원FC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2023년 여름 유럽으로 진출했다. 2년 동안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의 스리백 전환과 함께 공격적인 윙백 역할을 수행하며 주전으로 도약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원래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에 스리백에서의 윙백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 홍명보호에 필요한 능력을 갖췄다. 특히 2025~26 시즌엔 총 10골을 기록하며 득점력까지 회복했다. 월드컵에 앞서 셀틱과 2030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성과를 냈다.
엄지성(스완지시티)도 배준호와 같은 챔피언십 무대에서 뛰고 있다. 연령별 대표 시절부터 에이스로 인정받았고, 이정효 감독이 이끌던 광주FC에서도 어린 나이에 주축으로 활약했다. 빠른 주력에 양발을 가리지 않는 슈팅력 등 손흥민을 연상시키는 장점을 지녔다. 2024년 여름 스완지로 이적한 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수준급 경기력을 유지했다. 2002년생 듀오인 양현준과 엄지성은 모두 한 방 능력을 지닌 만큼 선배인 황희찬과 함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취약한 왼쪽 윙백, 이태석과 옌스가 일낼 수도
이태석(아우스트리아빈)은 24년 전 월드컵에 나섰던 아버지 이을용에 이어 2대가 영광의 무대에 서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한일 월드컵 한 달 후 태어난 이태석은 아버지처럼 왼발잡이 축구 선수로 성장했고,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게 됐다. 홍명보 감독에 의해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2025년 여름에 오스트리아 리그로 진출했고, 소속팀에서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는 최초의 해외 출생 혼혈 태극전사다. 독일 태생으로 한국인 어머니를 둔 옌스는 독일 각 연령별 대표를 거치며 향후 게르만 전차 군단의 일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받은 문화적 영향 덕에 대한민국 대표팀을 최종 선택해 2025년 9월부터 태극전사로 나서고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왼쪽 윙백을 소화하며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분데스리가에서도 수준급 선수로 등극했다.
이태석과 옌스는 홍명보호의 월드컵 선전에서 가장 중요한 퍼즐이다. 확실한 왼쪽 측면 수비 자원을 확정하지 못하고 본선으로 향하는 가운데 두 선수의 경쟁력이 경기력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본선 전에 치르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이태석 혹은 옌스가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대표팀도 확신을 갖고 결전에 나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