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 한국: 홍명보 감독, 손흥민과 '12년 전 악몽' 깨뜨릴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매 월드컵마다 각국 사정에 밝은 현지 기자의 원고를 모아 대회 전체 프리뷰를 진행합니다. '풋볼리스트'는 서형욱 대표(축구 해설위원)가 대한민국편 고정 필자로 참여해 온 인연을 통해 전체 원고를 한국어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의 생생한 정보를 전해 드립니다. 한국편 역시 영어로 작성된 원고를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합니다. 영국 및 전세계 독자들을 위해 작성된 대한민국 전력 가이드는 한국 독자들께도 색다른 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한국 대회 플랜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내내 4백을 고수하다가, 본선 진출이 확정된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 후반에야 3백으로 전환했다. 다 된 밥에 숟가락을 얹는 격으로 등장한 이 전술 변화는 팀에 심각한 준비 부족과 조직력 부재라는 숙제를 안겼다.
이 전형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해당 시스템에서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펼칠 윙백의 부재다. 보루시아묀헨글라트바흐의 옌스 카스트로프가 어느 포지션에 기용될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앙과 측면 모두 소화 가능한 그의 다재다능함은 월드컵에서 한국 최고의 '조커 카드'가 될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은 최근 'KBS'와 인터뷰에서 포메이션을 둘러싼 불안감을 불식시키려 했다. "한 가지 전술에만 의존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고, 그 경험도 있다. 첫 경기 후 약 6일간 휴식이 있으니 다음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기에 접근하도록 포메이션을 조정할 수 있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팀 중심 선수들의 불안한 상태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이재성, 황인범 등 핵심 선수들이 하나같이 부상, 불규칙한 경기력, 벤치 신세 등 각양각색의 난관과 싸우고 있다. 특히 중원은 연이은 부상으로 여러 후보가 낙마한 데다 황인범도 반복되는 부상 속에서 시즌 내내 실전 감각을 찾지 못했다.
아시아 예선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한국은 16경기에서 단 한 번도지지 않으며 3차 예선에서 2위 요르단보다 승점 6점이 앞선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와 비교적 수월한 조에 편성돼 조별리그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홍 감독은 "첫 번째 목표는 32강 진출이다. 그 다음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감독: 홍명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포르투갈을 극적으로 꺾으며 16강에 오르는 등 탄탄한 축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행정적 혼란이 연이어 펼쳐졌다. 대한축구협회장이 선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1년도 안 돼 완전한 실패로 막을 내렸고, 뒤를 이은 홍 감독은 선임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출발했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에 손꼽히는 전설이지만, 현재는 언론과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지휘한 바 있는데, 당시 한국은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은 다를까? 솔직히 말해, 그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 핵심 선수: 손흥민
소니(Sonny), 한국 스포츠 역사에 이토록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인물은 없을 거다. 손흥민은 한 세대를 대표하는 재능의 산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수상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우승팀 주장 등 대단한 업적을 쌓았고,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결과로 증명해왔다. 그러나 눈부신 개인 기록에도 손흥민과 한국 축구에는 아직 메이저 국제 대회 우승컵이 없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그 갈증이 해소되진 않겠지만, 로스앤젤레스FC(LAFC)에서 최근 부진을 털어내고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보여줄지 온 나라가 숨죽이며 지켜볼 예정이다.
▲ 주목할 선수: 오현규
2022년이 조규성의 해였다면, 2026년은 분명 오현규의 해가 될 거다. 오현규는 작년 여름 2,400만 파운드(약 491억 원)에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할 뻔했지만, 슈투트가르트가 예전 무릎 부상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협상을 철회하는 소동을 겪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무릎에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라고 말한 오현규는 지난 1월 벨기에 헹크를 떠나 튀르키예 베식타스에 둥지를 틀었다. 오현규는 튀르키예에서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며 손흥민의 스트라이커 선발 자리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 언성 히어로: 이재성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를 숨은 공신이라 부르는 건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재성의 헌신은 늘 더 화려한 이름들에 가려져왔다. 누가 지휘봉을 잡든 이재성은 항상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적 창의성과 수비적 투지를 균형 있게 갖춘 끈질기고 영리한 선수 이재성은 오랜 부상에서 최근 복귀했다. 33세 베테랑으로서, 평생의 동료 손흥민과 나란히 마지막 불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기억해야 할 선수
김민재: 아시아 최고의 센터백으로 널리 인정받는 '괴물' 김민재는 유도 선수 아버지에게서 강인한 신체 능력을,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에게서 빠른 발을 물려받았다. 클럽 경력도 눈부시다. 2023년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됐고, 당시 나폴리 감독 루치아노 스팔레티는 "김민재는 매 경기 최소 20가지 믿기 어려운 플레이를 해낸다. 발 앞에 공을 두고 달리면, 5초 안에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 들어와 있다"라고 말했다. 수상 직후 김민재는 4,300만 파운드(약 879억 원)에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했고,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아시아 출신 축구 선수가 됐다. 그 사이 병역 의무도 이행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손흥민이 한 식사 자리에서 김민재를 팀 내 가장 잘생긴 선수라고 치켜세우자 김민재는 다음과 같이 받아쳤다. "나보고 잘생겼다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옌스 카스트로프: 카스트로프는 차두리에 이어 한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두 번째 독일 태생 선수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독일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음에도 지난해 8월 한국 대표팀으로 '스포츠 귀화'를 선택했다. 9월 대표팀에 소집된 뒤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아온 카스트로프는 올해 3월 'FIFA'와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나는 반 친구들 같은 평범한 독일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라며 자신의 결정이 "한국의 다양성을 향한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최소한 반은 한국인이라는 걸 항상 알았다. 그건 매일 어떤 상황을 마주하면서 드러나는 성격 같은 거다. 100% 독일인과는 다른 셈이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대표팀을 돕고 싶었다. 그리고 대표팀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카스트로프는 적응력이 뛰어난 선수다. 그간 대표팀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지만,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윙백으로 뛰며 이번 여름 대회에서 귀중한 다재다능함을 펼칠 걸로 기대된다.
이강인: 이강인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왼발 공격자원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가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여섯 살 때였다. 어린이들이 전직 프로 선수들과 짝을 이뤄 축구를 배우는 리얼리티 예능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강인은 "그 프로그램에서 우승했다. 거기서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코치들은 쉬운 공을 버리지 말고 전방으로 연결하라는 마인드를 심어주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정말 좋아했고,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10세에 발렌시아 유소년 아카데미에 합류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건너갔고, 빠르게 성장해 17세에 1군 데뷔까지 치렀다.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는 골든볼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아시아 청소년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대표팀에까지 데뷔했다. 2023년 1,800만 파운드(약 368억 원)에 파리생제르맹에 입단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러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 예상 선발 라인업: 3-4-3
김승규 – 이한범, 김민재, 이기혁 – 설영우, 황인범, 백승호, 이태석 – 이강인, 손흥민, 이재성
▲ 한국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멕시코는 지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한국과 너무나 먼 나라다. 중남미 지역에서 BTS의 인기가 폭발적임에도 한국 팬들이 그 먼 길을 찾아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 머뭇거림은 단순한 거리 문제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도, 홍 감독도 그런 헌신적인 여정을 이끌어낼 열정에 불을 지피지 못하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