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반쪽 비자…숙소는 멕시코, 32강 가면 ‘적국’ 미국 만날 수도
지난 2월 말 시작해 4개월째로 접어든 전쟁. ‘스포츠와 정치는 무관하다’는 기치 아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참가하는 과정부터 험난하기 그지없다. 미국과의 악연이 월드컵에서도 이어지는 이란 이야기다. 이란은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벨기에가 좀 버거워 보이긴 하나, 나머지 팀들은 전부 해볼 만한 상대들이다. 지금껏 이루지 못한 ‘조별리그 통과’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적잖다.
그런데 이란의 가장 큰 고민은 외부에 있다. 이란은 조별리그 일정을 전부 미국에서 치른다. 뉴질랜드, 벨기에를 만나는 1, 2차전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르고, 3차전은 시애틀에서 갖는다. 그런데 관건은 숙소가 미국이 아니라 멕시코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조 추첨에서 이란이 미국에서 경기하는 게 확정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비자 발급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란은 당초 애리조나주 투손에 차릴 예정이던 베이스캠프를 결국 멕시코 티후아나로 옮겼다. 멕시코와 미국을 오가며 조별리그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란이 받은 미국 비자는 아직까지는 ‘반쪽’짜리다. 핵심 스태프 일부의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과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복무 이력 때문이다. 이들은 멕시코에서 다시 비자 발급을 신청할 예정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란이 조별리그를 치르는 미국 서부는 이란계 이민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곳이다. 이들 중 다수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정치 탄압을 피해 이주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경기장에서 반정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FIFA는 정치적 메시지를 금지하는 수칙을 내세우며 혁명 이전 왕정 시절 이란 국기, 당시 사건을 의미하는 문구 또는 그림이 새겨진 의류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치 않기로 했다. 대표팀 내부에서는 세대교체 실패가 불안요소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함께한 이란은 자국 출신 아미드 갈레노에이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이란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안겼으나, 세대교체에는 실패했다.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는 26명 중 30대 선수가 무려 15명이다.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부통령과 웃으며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란 정부에 저항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끝에 최종 명단에서 빠진 ‘에이스’ 사흐다르 아즈문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이란이 또 관심을 끄는 부분은 32강에서 미국과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느냐다. G조 2위는 D조 2위를 상대한다. D조에는 미국이 포함돼 있다. 미국이 D조 2위, 이란이 G조 2위를 차지하면 32강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