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피스, 위기이자 무기

세트피스, 위기이자 무기

차무식 0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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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를 단 이틀 앞둔 9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은 삼엄한 요새를 방불케 했다. 총으로 무장한 멕시코 군경과 군용트럭이 주변을 에워쌌고, 담장 위에는 날카로운 철조망이 촘촘히 처져 있었다.

이 곳에서 훈련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목표는 단연 ‘세트피스’다. 대표팀은 미국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을 밋밋하게 전개했는데 홍명보 감독은 “세트피스 전략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세트피스는 공이 멈춘 상황에서 약속된 조직적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전술이다. 농구와 풋볼의 전술까지 접목되면서 현대 축구에서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선 상대 수비수의 진로를 고의로 막는 스크린, 블로킹 행위를 금지한 ‘안티 아스널 룰’이 새로 적용된다. 세트피스의 위력을 줄이려는 의도인데, 역설적으로 세트피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방증하는 규정이기도 하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10차례 본선에서 총 39골 중 15골을 세트피스로 만들어냈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도 코너킥 골로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세트피스라면 12일 1차전 상대 체코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평균 신장 1m85.7㎝로 한국(1m81.9㎝)보다 4㎝가량 크고, 1m90㎝를 넘는 장신 선수만 10명에 달한다. 유럽 플레이오프 4골을 모두 세트피스로 뽑아내는 등 최근 10경기 18골 중 10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울버햄프턴 소속 1m91㎝ 장신 수비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는 아일랜드전과 덴마크전에서 모두 세트피스로 득점했다. 체코 매체는 “우리의 코너킥과 프리킥은 상대 팀들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기성용은 “1m90㎝대 선수 여러 명이 페널티박스로 들어온다면 후배들이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고, 구자철은 “세트피스 실점이 더 무서운 건 허무하게 골을 내주는 느낌 때문에 팀 전체의 힘이 빠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트피스는 체코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최근 12실점 중 7골을 세트피스로 헌납했다. 한국 역대 최다 프리킥 골(7골) 기록을 보유한 손흥민의 오른발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이유다.

안티 아스널 룰은 커다란 변수다. 메이저 대회에서 시범 운영된 적이 없어 어느 수위까지 반칙으로 선언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주심 성향에 따라 판정 기준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인플레이가 되기 전 페널티박스 안 ‘자리싸움’도 신중해야 한다. 세트피스 전개 전 수비수를 잡아 끄는 파울이 포착되면 골이 터지더라도 VAR(비디오판독)로 ‘노 골’이 선언될 수 있고, 반대로 수비수의 파울은 페널티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로인을 5초 이내에 던지지 않으면 소유권이 즉시 상대에게 넘어가는 시간제한 규정도 새로 도입됐다.

한국이 속한 A조는 이번 대회 일정이 가장 빠르다. 새 규정의 엄격함을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성 희생양’이 될 위험이 그만큼 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FIFA가 ‘백태클 금지령’을 처음 도입했을 때 하석주가 퇴장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하석주는 당시 “강화된 규정을 명확히 숙지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바뀐 규정의 세부 조항과 VAR 개입 범위를 완벽히 숙지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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