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재성' 1992년생 듀오는 왜 빠졌을까?
홍명보 감독이 남아공전 0-1 패배에 이은 32강 토너먼트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그런데 그가 떠나면서 풀리지 않은 가장 큰 의문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왜 1992년생 듀오 손흥민(LAFC)과 이재성(마인츠)을 남아공전 선발에서 제외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없이 그는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사퇴 기자회견은 질의응답 없이 입장문 낭독으로만 진행됐다. "감독은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할 수 없는 자리"라는 말로 모든 것을 갈음했다. 하지만 축구 팬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32강이 걸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왜 팀의 핵심 선수 둘을 벤치에 앉혔는지에 대한 전술적 설명이다.
손흥민이 아무리 1, 2차전에서 부진했어도 중요한 경기에서 강한 슈퍼스타를 제외하는 결정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이날도 손흥민 없는 전반전은 답답한 흐름만 이어졌다. 상대 수비 두어 명을 달고 뛰는 선수가 없다 보니 가뜩이나 내려선 수비진을 공략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1, 2차전에서 이재성이 담당했던 역할을 떠올려보면 그 의문은 더 깊어진다. 이재성은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공격의 윤활유였다. 뒷공간 침투, 연계 플레이, 전방 압박에 이르기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팀 전술을 실현한 선수였다. 특히 밀집 수비를 구사하는 상대를 허물 때 좁은 공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자원이 이재성이었다. 그런 선수가 남아공전에서는 단 1분도 그라운드에 서지 않았다. 손흥민은 후반에 교체 투입됐지만, 이재성은 90분 내내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전반 슈팅 수 3-10으로 남아공에 압도당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공격의 축을 담당했던 두 선수가 빠진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오현규와 황희찬이 투입됐지만, 밀집 수비를 허무는 연결 플레이 대신 단순히 측면에서 의미 없는 크로스 위주의 공격만 반복됐다. 전방에서의 움직임이 단순하다 보니 페널티 박스 안 공격 숫자는 항상 적었고, 크로스 타이밍도 잡기 어려웠다. 홍 감독은 경기 직전 손흥민에 대해 "상대 발이 느려질 후반에 투입하려 한다"는 이유를 내놓았지만,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됐다. 현대 축구에서 전반 45분 만에 상대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는 주장은 스포츠과학적으로도 근거가 불충분하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 결정에 대해 즉각 당혹감을 드러냈다. 경기 전 선발 명단을 접한 이 위원은 "손흥민 선수가 우리나라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는 건 긴 시간 동안 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고도 문제는 계속됐다. 전반 내내 한국이 남아공에 밀리는 상황에서도 홍 감독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고, 이영표 위원은 결국 중계 도중 책상을 세 차례 내리쳤다.
경기 후 이 위원은 "손흥민을 후반에 배치한 전략적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의도가 전반부터 마지막까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조가 없었고, 목적이 없었고, 왜 뛰어야 하는지 확인하기 힘든 경기였다. 10년 넘게 중계했지만 가장 해설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기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경기를 이기고 지는 데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라고 본다"며 손흥민의 선발 제외 결정에 대해 "나 역시 당황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끝내 설명하지 않고 떠났다. 하지만 이 의문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 단순히 이번 대회의 실패를 복기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과 같은 메이저 대회 종료 후 통상적으로 리뷰를 통해 대회 전반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반드시 짚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아무런 전술적 대안도 없이 팀의 핵심 공격 자원 두 명을 동시에 벤치에 앉힌 결정이 전술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감독이 어떤 판단을 내렸든, 그 판단의 이유를 설명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사퇴 이후라 하더라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협회 차원의 철저한 사후 검증만이 이번 참사를 교훈으로 남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뒤에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