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마저 미국 우선주의…유럽 감정 자극한 트럼프

축구마저 미국 우선주의…유럽 감정 자극한 트럼프

차무식 0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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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인 폴라린 발로건월드컵 출전정지 결정을 뒤집기 위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 건 사실을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스포츠까지 잠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잔니와 통화했다”면서도 “내가 한 것은 재검토를 요청한 것일 뿐,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심판의 의심스러운 오심 때문에 이례적인 개입을 하게 된 것이며 원래 반칙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레드카드를 받으면 다음 경기 출전이 금지되는 축구 규정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경기 중 징계하는 건 몰라도 아직 치르지 않은 다음 경기까지 못 뛰게 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인판티노 회장도 성명을 내고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출전정지 처분이 번복된 것은 통화와 무관하다고 했다. 그는 “FIFA 징계위원회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이들의 독립성은 축구의 신뢰성과 청렴성을 위해 언제나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발로건은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선제골을 뽑으며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지만, 경기 중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아 퇴장당했다. 그러나 FIFA는 지난 5일 발로건의 출전정지 처분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6일 치러진 16강전에서 미국은 발로건의 출전에도 불구하고 벨기에에 1-4로 대패했다. 벨기에 선수들은 4번째 골을 넣은 후 원을 그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흥겨울 때 추는 특유의 동작으로 골 세리머니를 했다. 벨기에팀의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은 “이 결과도 뒤집어보라”는 글과 함께 골 세리머니 사진을 올렸다.

미국 정치평론가 사이러스 얀선은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의 개입은) 미국에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했는데, 예상대로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가 아니라) 미국 대표팀에 전화를 걸어 격려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브라질축구협회는 자국 출신 심판을 인신공격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하파에우 클라우스 심판의 청렴성을 의심하는 그 어떤 암시나 모욕도 거부한다. 그는 모범적인 전문가”라는 반박 성명을 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발로건에게 레드카드를 준 클라우스 심판에 대해 “그의 과거 기록을 확인해 보면 좀 의심스럽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유럽은 분노로 들끓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FIFA가 이의 제기 절차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전정지 결정이 번복된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을 뿐인데도, 이를 항소로 접수한 후 당사자가 아니라며 바로 기각했다는 것이다.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위르겐 클롭은 “트럼프와 인판티노가 서로 합의해 결정했다면 미친 짓”이라며 “축구를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은 축구와 관련된 어떤 일에도 관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주권 위협이나 무역전쟁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참고 넘어갔던 유럽 정부들이 축구 문제에서만큼은 더 이상 침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전무이사인 무즈타바 라흐만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 이번 사태가 “유럽 정부들에 트럼프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경각심을 시의적절하게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면서 “트럼프는 모든 일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가차 없이 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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