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까지 왔을까' 159km 페덱과 149km 페덱은 달라야 한다...커진 구속 차이 적응력이 관건
삼성 라이온즈가 후반기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은 11일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 크리스 페덱을 영입하며 외국인 선발진에 변화를 줬다.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였던 잭 오러클린과 결별하는 대신 메이저리그 통산 132경기 선발 경험을 가진 투수를 선택했다. 박진만 감독이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최소 6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이다.
삼성은 올 시즌 불펜의 힘으로 전반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후반기는 이야기가 다르다. 최지광이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이탈했고 필승조도 전반기 내내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했다. 후반기로 갈수록 불펜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 감독은 페덱에게 "후라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6이닝 정도는 책임져 달라"는 주문을 했다. 후라도처럼 매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선발이 자기 몫을 하며 불펜 소모를 줄여주길 바라는 뜻이다.
그런데 페덱을 평가할 때 단순히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만 봐서는 안 된다.
지금의 페덱은 샌디에이고 시절의 페덱이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구속이다.
페덱은 데뷔 초 최고 시속 159㎞까지 찍었던 강속구 투수였다. 빠른 직구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 팔꿈치 인대접합(Tommy John) 수술을 거치면서 투수의 모습 자체가 달라졌다.
최근에는 평균 구속이 149㎞ 안팎까지 내려왔다.
10㎞가 줄었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다.
야구에서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는 의미에 가깝다.
159㎞를 던질 수 있을 때는 승부가 단순했다. 빠른 공 하나만으로도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변화구는 직구를 더 강하게 만드는 보조 무기였다.
하지만 149㎞를 던지는 투수는 다르다.
149㎞ 역시 빠른 공이다. KBO리그에서도 상위권 구속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더 이상 압도적인 구속이 아니다. 예전처럼 힘으로만 상대를 찍어 누르기는 쉽지 않다.
결국 경기 운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볼 배합이 달라지고, 승부하는 코스가 달라지며, 변화구 활용 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방법도 단순한 힘이 아니라 완급 조절과 코너워크에 의존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구속으로 하는 야구'에서 '운영으로 하는 야구'로 변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강속구로 성공했던 투수일수록 자신이 예전 공을 던진다는 기억이 몸에 남아 있다. 같은 코스로 승부하다가도 공 끝이 예전 같지 않으면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구속이 떨어진 투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팔이 아니라 머리다.
자신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다.
페덱 역시 같은 과제를 안고 KBO리그에 오게 됐다.
다행인 것은 KBO리그 환경이다.
149㎞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빠른 공일지 몰라도 KBO리그에서는 여전히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구속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다듬은 커맨드와 다양한 변화구가 뒷받침된다면 오히려 힘만 앞세우는 투수보다 안정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삼성이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박진만 감독이 강조한 것은 삼진 개수가 아니었다. 최고 구속도 아니었다.
6이닝이었다. 그 말은 곧 효율이다.
100개 안팎의 투구로 6이닝을 책임지고, 경기 흐름을 넘겨주며, 불펜을 아끼는 투수가 되라는 뜻이다. 지금 삼성에는 그런 선발이 더 절실하다.
후라도가 이미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17차례 선발 등판에서 13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선발의 기준을 만들었다. 페덱에게 후라도 수준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6이닝 정도는 안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운영 능력은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결국 페덱의 성공 여부는 최고 구속이 아니다.
149㎞를 던지는 자신에게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다.
예전처럼 159㎞를 믿고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지금의 구속으로 가장 효율적인 투구를 하는 투수가 될 수 있다면 삼성은 기대했던 2선발을 얻게 된다.
반대로 아직도 159㎞를 던지던 시절의 야구를 하려 한다면 어려움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후반기 삼성의 승부수는 메이저리그 경력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다.
'159㎞의 페덱'이 아니라 '149㎞의 페덱'이 얼마나 빨리 완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