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엔 없던 '신뢰'...이청용 살린 윤정환의 축구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홍명보호엔 없던 '신뢰'...이청용 살린 윤정환의 축구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지노형 0 130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워낙 잘 관리해 주시니까요."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축구 인생의 새로운 봄을 열어가고 있는 이청용의 미소에는 잔잔한 평온함이 감돈다. 서른여덟의 나이, 한여름 가마솥더위에 풀타임을 소화하는 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답하는 그 나직한 목소리 속에는 수장에 대한 깊은 믿음과 존경이 배어 있었다. 무조건적인 신뢰,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기, 울산 HD 시절 팀 내 차가운 불협화음과 거센 파문 속에서 커리어의 막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던 그 베테랑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청용이 누리는 이 평온한 일상은, 불과 얼마 전 대한민국 축구가 마주해야 했던 가장 시리고 잔인한 계절과도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수많은 잡음과 불신으로 얼룩졌던 홍명보호가 끝내 32강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세계 34위라는 부끄러운 숫자를 남긴 채, 날 선 비판이 가득한 공항으로 고개 숙여 귀국해야 했던 대표팀 최악의 잔혹사. 그 가운데에는 시스템의 부재와 전술적 표류 속에서 모든 무게를 홀로 짊어져야 했던 외로운 캡틴, 손흥민도 있었다. 그에게는 감독의 든든한 방패막이도, 명확한 전술적 교감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에이스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보호하지도 못한 채 주먹구구식 리더십으로 파국을 자초한 홍명보호의 불행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깊은 상흔으로 남았다.

그래서 월드컵 참패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금, 인천의 그라운드가 보여주는 풍경은 더욱 특별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곳에는 베테랑에게 과도한 기대만 얹어놓은 채 비바람을 홀로 맞아내게 두는 무책임함이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의 세월과 가치를 존중하고, 마모되지 않은 그의 천재성을 온전히 펼쳐 보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따뜻한 리더십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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