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가 눈빛 연기까지… 월드컵에서도 빛 발하는 '세트피스 전담 코치'
모두를 속였다.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우즈베키스탄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경기. 전반 포르투갈이 페널티 박스 가까이서 프리킥을 얻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알 나스르)와 누누 멘드스(24·파리 생제르맹)가 공을 사이에 두고 섰다. 호날두는 평소처럼 두 발을 넓게 벌리고 골문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카메라는 호날두를 클로즈업했고, 중계진도 "호날두"를 외쳤다.
그러나 기습 슈팅을 때린 건 멘드스의 왼발이었다. 우즈베키스탄 골키퍼 압두보히드 네마토프(25·나사프 카르시)가 몸을 날렸지만, 호날두의 오른발을 의식해 골문 왼쪽으로 치우쳐 있던 탓에 역부족이었다.
포르투갈이 우즈베키스탄을 5-0으로 완파한 이날 경기에서 호날두의 '멀티골' 못지않게 주목받은 건 정교하게 다듬어진 세트피스 전술이었다. 5골 중 2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고, 약속된 움직임이 연이어 적중했다.
네 번째 득점도 치밀하게 짜여있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브루누 페르난드스(32·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동료들에게 골문에서 멀어지라고 손짓해 바깥쪽으로 찰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공격수 2명이 가까운 쪽 골대로 쇄도했고, 페르난드스는 그쪽으로 낮고 빠른 킥을 처리했다. 혼란에 빠진 상대 수비진 사이로 공이 흘러들었고, 결국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또 다른 프리킥 상황에선 호날두가 수비벽 뒤를 기습적으로 파고들어 페르난드스의 로빙 패스를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이런 장면들의 설계자로 지난 2월 포르투갈 대표팀에 합류한 오스틴 맥피(47) 코치를 지목했다. 맥피의 본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빌라의 세트피스 전담 코치다. 지난 시즌 빌라는 세트피스로만 29골을 넣어 아스널과 함께 유럽 공동 1위에 올랐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포르투갈 감독은 "맥피는 세트피스 루틴과 전술에 정말 뛰어나다"며 "우리가 넣은 두 세트피스 골은 완벽하게 실행됐다"고 말했다.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 스포츠 매체 ESPN이 조별리그 초반 100골을 분석한 결과, 19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