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대던 '악동 포수' 한 수 가르친 오타니, 게임 콜 주도..."그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절대 아니야" 로…
현재 LA 다저스의 주전 포수는 달튼 러싱이다.
러싱과 처키 로빈슨이 번갈아 출전 중인데, 빈도를 따지자면 러싱이 훨씬 많다. 윌 스미스가 목 통증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지난 7일 이후 17경기 중 러싱이 13경기, 로빈슨이 4경기서 각각 선발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러싱은 포수로서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특히 투수와의 소통에서 문제가 자주 드러난다. 성격이 침착하지도 않다.
지난 4월 22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6회말 우전안타를 치고 나간 이정후가 엘리엇 라모스의 중전안타 때 2,3루를 돌아 3루코치의 사인에 따라 무리하게 홈으로 쇄도하다 태그아웃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를 향해 욕설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사실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가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 경기에 선발 포수로 출전해 또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상황은 이랬다.
오타니는 1-0으로 앞 2회말 집중 3안타를 내주며 1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라이언 크라이들러 타석에서 포수 패스트볼이 나왔다. 오타니의 초구가 크라이들러의 무릎 높이로 날아들었는데 러싱의 미트를 맞고 뒤로 빠졌다. 그 사이 3루주자가 홈을 밟아 1-1 동점이 됐다. 이 공은 오타니 빅리그 생애 가장 빠른 101.7마일의 스피드가 나왔다.
느린 화면을 보니 러싱이 예상하지 못했는지 미트를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황급이 옮기는 장면이 나왔다. 그 직후 돌튼은 마운드로 올라가 오타니와 얘기를 나눴다.
오타니는 계속된 1사 2,3루에서 크라이들러에 5구째 직구를 뿌리다 중전안타를 얻어맞아 추가 2실점했다. 타자주자가 2루를 욕심내다 아웃되고, 다음 타자 트레버 라나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은 막았지만, 오타니로서는 아쉬운 '실점들'이었다.
경기 후 오타니는 러싱과 사인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가지 사인이 나왔는데, 첫째는 오프스피드였고, 둘째는 패스트볼이었다. 러싱은 첫 사인 후 내가 움직이니까 오프스피드로 받아들였는데, 난 두 번째 공, 즉 패스트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즉, 러싱은 두 개의 사인을 내놓고 오타니가 첫 사인에 움직여 오프스피드 구종을 생각한 것인데 오타니는 두 번째 사인인 직구를 염두에 두고 피칭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오타니는 3회부터 본인이 직접 사인을 내고 경기를 끌고 갔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타니는 3~6회까지 4이닝 동안 1안타와 1볼넷만 내주고 삼진 6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오타니는 "의사소통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말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를 들어 내가 주도해서 러싱에게 어떤 투구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투포수가 서로 다른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둘다 피칭에 가담해 더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내가 가고 싶은 지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인을 누가 내느냐는 포수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그것 때문에 러싱의 자존심이 상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를 편하게 해준 측면이 있다. 투수 입장에서 의심이 든다면 계속 사인을 거부하고 게임을 끌고 갈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러싱은 "쇼헤이가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당황스럽다. 고맙게도 그가 게임을 잘 컨트롤했다"며 "나에겐 꽤나 쓴 알약 같은 것이었다. 최근까지도 난 좋지 않았는데,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러싱은 오타니의 콜에 따라 게임을 한 것이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 더 나아졌고,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 25세인 러싱은 작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이제 100경기를 뛴 풋내기다. 오타니는 올해 러싱과 3차례 배터리를 이뤄 평균자책점 4.34, 피안타율 0.254를 기록했다. 스미스와는 10경기를 맞춰 평균자책점 0.74, 피안타율 0.144를 기록했다. 러닝이 오타니에 배워야 하는 건 자연스럽다.
결국 오타니는 이날 6이닝 5안타 2볼넷 3실점(2자책점)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며 4대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8승2패, 평균자책점 1.58, 86탈삼진, WHIP 0.90, 피안타율 0.171을 마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