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과 전쟁 중’…꺾이지 않은 이란 축구, 승점 1점 획득
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대표팀이 전대미문의 제약 속에서도 값진 승점 1점을 수확했다. 팀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거둔 놀라운 결과다.
이란은 1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월드컵 G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뉴질랜드의 측면 공격수 엘리자 저스트가 멀티골을 터뜨렸으나, 라민 레자이안과 모하마드 모헤비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이번 무승부는 팀의 존립마저 위협받던 극한의 환경을 실력으로 이겨낸 것이다. 대회에서 이란이 직면한 환경은 설상가상 그 자체였다. 개최국인 미국과의 전쟁 및 정치·외교적 갈등의 여파로 이란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참가국 중 가장 서러운 행정적·물리적 제약을 겪었다.
대회 개막 이틀 전인 지난 9일, 이란 팬들에게 배정됐던 조별리그 경기 입장권이 전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통상 월드컵 참가국은 경기장 수용 인원의 약 8%를 배정받아 자국 팬들에게 분배하지만, 이란 정부와 협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티켓 접근권이 전면 박탈됐다. 이란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규탄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미국 정부의 비자 발급 제한 조치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이란 선수단장, 코치진, 의료진 등 핵심 행정·지원 스태프 15명 중 11명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단 4명의 스태프만 입국 허가를 받으면서 선수단 운영과 컨디션 조절을 지원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선수들에게 발급된 비자 역시 유효기간이 단 하루에 불과한 ‘1박 체류 제한 비자’였다.
이 때문에 베이스캠프 설치도 어려웠다. 당초 이란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훈련장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전쟁 여파로 미국 내 훈련이 불가능해지면서 국경 너머 멕시코 티후아나로 거점을 옮겨야 했다. 이로 인해 이란은 조별리그 세 경기가 열리는 미국으로 경기 전날 입국했다가, 경기가 끝나면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야 하는 ‘원정 출퇴근’을 감행하는 처지가 됐다. 뉴질랜드전을 앞두고도 티후아나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동하는 데 비행기를 포함해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물리적 피로가 누적됐다.
이에 대해 이란 대표팀의 주장인 메흐디 타레미는 “우리가 늘 이야기해 온 평화와 즐거움, 월드컵 특유의 축제 분위기를 이번에는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경기 외적인 압박도 선수단을 짓눌렀다. 이란 대표팀은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했을 때 단복 옷깃에 ‘#168’ 배지를 착용했다. 이는 지난 2월 28일 이란 남부 항구도시 미나브의 초등학교가 미군의 오폭으로 추정되는 공습을 받아 사망한 어린이 168명을 추모하고, 서방의 군사 행동을 세계에 고발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FIFA는 정치적·종교적 메시지 노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징계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온전한 행정 지원이 부재하고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황 속에서 거둔 이란의 뉴질랜드전 무승부는 승점 1점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국가적 고난 속에서 발현된 연대감과 팀의 생명력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했다는 평가다. 대표팀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은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며 축구를 하러 왔다”면서도 “이란 본토의 국민과 해외 거주 이란인 모두를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 존재의 이유와 자존심을 증명해 낸 이란 대표팀은 오는 22일 벨기에, 27일 이집트를 상대로 조별리그 일정을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