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지명된 거 봤어요"... KIA 곽도규, 여자야구에 건넨 진심
KIA 타이거즈 좌투수 곽도규(22)는 야구를 사랑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말이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주장 김현아(26)가 전한 짧은 일화에는 편견 없이 모든 야구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젊은 투수의 진지한 면모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곽도규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은 여자야구 대표팀은 이제 다음 달 열리는 세계 야구 월드컵(WBSC) 예선 무대로 향한다.
6월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김현아의 승리 기원 시구 행사가 진행됐다. 아침 일찍부터 차로 4시간을 이동해 광주에 도착한 김현아는 시구 직전 스쳐 지나가던 곽도규와 우연히 마주쳤고, 곽도규는 김현아를 먼저 알아보고 보스턴 지명 소식을 언급하며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곽도규가 언급한 것은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 여자 프로야구리그(Women's Pro Baseball League·WPBL) 드래프트 결과였다. WPBL은 미국에서 1954년 이후 72년 만에 재개되는 여자야구 프로 리그로, 올해 8월 초 개막한다. 지난해 열린 WPBL 드래프트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주전 포수 김현아는 보스턴 구단으로부터 1라운드 전체 4순위라는 상당히 높은 순번으로 지명을 받고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당시 반짝 화제가 되긴 했지만, 반년이 훌쩍 지난 뒤에 KBO리그 현역 선수가 여자야구계의 소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먼저 다가와 축하를 건넨 것은 곽도규가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야구라는 종목 자체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곽도규가 여자야구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KIA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 여성 팬의 사연을 듣고 "여자, 남자 상관없이 야구선수가 되려는 노력은 똑같은 것 같다"며 팬을 격려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상 첫 풀타임 여성 코치인 얼리사 내킨(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선수 육성 부책임자)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날 김현아는 챔피언스필드에서 여러 귀중한 조언도 얻었다. 시구를 지도한 KIA 포수 한준수(27)에게 평소 고민이었던 2루 도루 저지를 위한 송구에 대해 묻자, 한준수는 "정확하게 던지려다 폼이 짧아질 수 있으니, 원래 하던 대로 끝까지 강하게 던져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김현아는 이날 필자와 통화에서 "덕분에 확신이 생겼다. 간결하지만, 짧은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만원관중 앞에서 떨리지만 무사히 시구를 마친 김현아는 지난 4월 잠실구장에서 시구를 했던 대표팀 동료 유격수 박주아(WPBL 샌프란시스코 2라운드 전체 33순위 지명)를 언급하며 "주아보단 잘 던진 것 같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며 껄껄 웃었다.
이제 '캡틴' 김현아가 이끄는 여자야구 대표팀은 곽도규의 응원을 뒤로하고 다음 달 20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22일부터 미국 록포드에서 열리는 '2026 여자야구 월드컵' 조별리그에 참가하는 대표팀의 상대는 만만치 않다. '강호'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비롯해 호주, 홍콩과 한 조에 속한 한국은 3년 전 같은 대진에서 5전 전패를 기록한 바 있다.
신누리, 최민희, 안수지, 김해리 등 베테랑 선수들의 공백으로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김현아를 중심으로 박주아, 이지아, 정다은, 손가은, 김진선, 곽소희, 양서진, 장윤서 등 한층 성장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대회를 준비 중이다. 김현아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지만 잘 이끌어 보겠다. 이번에는 홍콩을 반드시 잡고 최소 2승 이상을 거두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