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용 주니어' 이태석, 홍명보호 '황태자' 될까

'을용 주니어' 이태석, 홍명보호 '황태자' 될까

오타니 0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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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60년대 AC밀란을 대표하는 수비수였던 고 체사레 말디니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이탈리아의 세 번째 월드컵 우승에 일조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 파올로 말디니는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3번의 월드컵에 출전하며 세계적인 수비수로 군림했다(파올로의 두 아들도 축구 선수로 활약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명성을 따라가진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트레블'을 차지했던 1998-1999 시즌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피터 슈마이켈은 덴마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129경기에 출전하며 유로 1992 우승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 진출을 견인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카스페르 슈마이켈도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FC에서 10년 넘게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고 덴마크 대표팀에서도 120경기에 출전하면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랐다.

사실 멀리 갈 필요 없이 한국에서도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처럼 대를 이어 국가대표로 활약한 '축구부자(父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한국 대표팀에 2002 월드컵 4강 주역이었던 선수의 아들이 아버지의 등번호를 달고 아버지와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바로 지난 12일 체코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통해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이을용의 장남 이태석이 그 주인공이다.

2002 멤버 은퇴하고 한국의 약점 된 측면 수비수

현대 축구에서는 4명의 수비수에게 지역을 나눠 효과적으로 공간을 커버하는 4백 수비를 쓰는 팀이 많아졌지만 3백과 4백 중 어떤 포메이션이 더 효과적인지는 증명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증명되긴 힘들다. 감독이 수비 포메이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지에 따라 수비 포메이션의 장점이 극대화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주로 4백을 사용했지만 한국 축구의 최전성기로 꼽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수비수 3명을 배치하는 3백을 사용했다. 한·일 월드컵 브론즈볼을 수상한 주장 홍명보를 중심으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김태영과 대표팀 데뷔는 다소 늦었지만 187cm의 좋은 피지컬을 앞세운 몸싸움에 강점을 보인 최진철이 양 옆에서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3백 수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3명의 수비수 앞에서 양 사이드에 배치돼 빠른 공수 전환으로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윙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02 월드컵에서는 왼쪽에 이을용과 이영표가 각각 1골2어시스트,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오른쪽에서는 송종국이 포르투갈전에서 세계 최고의 윙어 루이스 피구를 지우며 '히딩크의 황태자'로 맹활약했다.

이영표는 한국의 수비 포메이션이 4백으로 바뀐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대표팀 부동의 측면 수비수로 활약했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수비수로 변신한 차두리가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이영표와 차두리가 차례로 대표팀을 떠나면서 한국 대표팀의 좌우 측면 수비는 큰 약점으로 떠올랐고 실제로 한국은 측면 수비수 문제로 오랜 기간 고전하고 있다.

물론 그 후에도 윤석영과 박주호, 홍철, 김진수, 이용, 김문환 등 측면 수비수들이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해줬지만 이을용과 이영표, 송종국이 주던 안정감을 보여주진 못했었다. 대표팀의 측면 약점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부임 후 3백을 꺼내면서 다시 부각됐다. 특히 오른쪽 윙백은 설영우가 주전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왼쪽 윙백은 마지막 평가전이 끝난 후에도 확실한 주전을 찾지 못했다.

아버지 못지 않은 투혼 보여준 이을용의 장남

2002 월드컵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2002년 7월에 태어난 이태석은 한·일 월드컵 첫 골과 미국전 동점골 어시스트, 튀르키예와의 3,4위전에서 멋진 프리킥골을 터트렸던 이을용의 첫째 아들이다.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동했던 아버지를 따라 유년기를 튀르키예에서 보냈던 이태석은 2006년과 2007년 <날아라 슛돌이> 2, 3기에 출연했고 초등학교 3학년(2011년)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소속팀이었던 FC 서울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하며 오산고 시절 차두리 감독의 지도를 받기도 했던 이태석은 2021년 FC서울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루키 시즌 19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한 이태석은 2022년 허벅지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2024년 포항 스틸러스로 트레이드 된 이태석은 2024년 11월 A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북중미월 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꾸준히 출전한 이태석은 작년 8월 오스트리아리그의 FK 아우스트리아 빈으로 이적했고 2025-2026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3골4도움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태석은 작년 12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데뷔골을 기록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오스트리아 및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에서 부진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 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체코전을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옌스 카스트로프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옌스가 아닌 이태석이었다. 그리고 174cm의 이태석은 평균 신장 187cm를 자랑하는 '장신군단' 체코를 상대로 과감한 공중볼 경합을 해주는 등 후반 24분 엄지성과 교체되기 전까지 그라운드에서 엄청난 투지를 보여주며 성공적인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이태석이 체코전 선발 명단에 포함됐을 때 일각에서는 2002 월드컵에서 동료로 활약했던 홍명보감독과 이을용의 친분에 따른 '인맥축구'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많은 비판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이태석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태석은 인상적인 활약으로 한국이 첫 경기 승리를 거두는데 기여했다. 과연 이태석은 24년 전의 아버지처럼 대표팀의 왼쪽을 책임지는 윙백으로 활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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