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상식’ 외면… 그라운드 밖에서 이미 졌다

‘공정·상식’ 외면… 그라운드 밖에서 이미 졌다

믈브장인 0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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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졸전 끝에 조별 예선 탈락으로 대회를 마쳤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대회를 준비한 4년 내내 감독 선임 불공정 시비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4연임 등 논란을 자초했다. 이 때문에 한국 축구가 세계의 높은 벽이 아니라 ‘공정’과 ‘상식’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회가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대목은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이었다. 2023년 2월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절차상 문제가 확인됐다. 협회가 논란을 말끔하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공정 이슈’로 확장됐다. 공정성이 핵심인 스포츠 영역에서 불공정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특히 청년층이 분노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28일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축구 팬들은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쉽게 납득하지 못했는데, 평가전에서도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불신이 커졌다”며 “협회 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것은 아닌지 대중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4연임 도전도 사회적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2013년 첫 임기를 시작한 정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앞서 정 회장의 사촌형인 정몽준 명예회장도 1993년부터 2009년까지 4연임을 하며 16년간 회장을 맡았다. 현대가의 두 총수가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한 것이다.

서희진 건국대 스포츠헬스과학부 교수는 “축구협회는 예산 규모도 크고 수익도 많이 발생하는데, 조직이 사실상 ‘사유화’됐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축구계의 한 원로 인사는 “32강 탈락이라는 결과가 바로 정몽규 체제 12년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수십년간 ‘재벌 회장님’이 이끈 조직은 축구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쫓아가지 못했다. 과거의 팬들이 선수들에게 투지와 정신력을 강조했다면, 지금의 팬들은 감독의 전술까지 분석한다. 그럼에도 협회는 수준 높은 ‘축튜버’(축구 유튜버)들의 비판을 자극적인 얘기나 비이성적인 비난 정도로만 치부했다. 축구 팬들과의 소통을 협회 스스로 외면한 꼴이 됐다. 김 교수는 “각종 논란 속에서 협회의 대국민 소통 방식과 태도가 비난을 키웠다. 현대적이지 않은 방식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를 통해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체육행정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팀 본진은 28일(현지시간) 과달라하라를 출발,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별도의 귀국 행사는 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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