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디아스포라

축구 디아스포라

차무식 0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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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라는 말만큼 국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단어도 드물다. 하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그 상식을 흔들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이민정책사회센터’ 분석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본선에는 48개국에서 124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출생국이 아닌 다른 나라 대표로 뛰는 선수 비중이 23.2%(289명)로 역대 월드컵 중 가장 높다.

실제로 모로코 대표팀은 타국에서 성장한 선수들로만 구성돼 자국 출신은 ‘0명’이다. 월드컵 첫 본선 진출에서 32강에 오른 퀴라소도 대표선수 26명 중 자국 태생은 한 명뿐이다. 카타르 대표팀은 선수 출생 배경이 10개국에 달한다. 월드컵에서 이른바 ‘축구 디아스포라’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가 되려면 해당 국가의 국적을 보유해야 하고 부모·조부모 혈통이거나 5년 이상 거주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

한국도 달라졌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란 옌스 카스트로프가 한국 축구 역사상 첫 혼혈 국가대표로 북중미 월드컵 본선 경기를 뛰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그는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올해 3월에 치러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선수 4명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는 우리 사회 변화의 단면을 말해 준다. 전 세계 재외동포는 약 700만 명에 달하고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은 26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결혼 비중도 10%를 웃돈다. 단일민족보다는 다문화 사회 쪽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스포츠는 사회를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이라는 점에서 국가대표는 더 이상 특정 국경 안에서 태어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주와 국제결혼, 글로벌 인재 이동 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국적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경쟁력은 혈통의 순수성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인재를 품느냐에 달렸다. 월드컵 경기에서 선수의 기량과 더불어 출신 배경에도 관심을 가져 보면 즐기는 재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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