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선수와 동상 하나”···천하의 호날두가 이런 소릴 듣는 날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6번째 월드컵 첫 경기는 참혹했다. ‘우승후보’라던 포르투갈은 졸전 끝에 콩고민주공화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에 나선 포르투갈 선수 모두와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까지 누구 하나 비판을 면하지 못했지만, 호날두를 향한 혹평이 특히 거세다. 호날두가 포르투갈 팀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K조 1차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과 1-1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6위 포르투갈은 경기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랭킹 46위 콩고민주공화국에 앞서지 못했다. 슈팅 8개, 유효슈팅 1개에 그쳤다. 이렇다 할 기회 또한 만들지 못했다.
포르투갈 원톱 스트라이커로 마지막까지 그라운드를 지킨 호날두의 부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3차례 슈팅을 때렸지만, 골문으로 향한 유효 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90분 동안 볼 터치 25회(팀내 최저)에 그쳤고, 전진 드리블과 전진 패스 모두 2번 밖에 없었다. 수비 가담은 사실상 ‘제로(0)’였고, 동료들에게 어떤 찬스도 만들어주지 못했다.
호날두는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 주변에서 서성이며 득점을 노렸지만 포르투갈 중원이 꽉 막히면서 제대로 된 찬스를 잡지 못했다. 간신히 잡은 슈팅 기회도 허공으로 날렸다. 그런 호날두에게 후스코어드닷컴은 평점 6.3점을 매겼다. 풋몹 평점은 6.7점, 소파스코어 평점은 6.1점이었다.
각종 매체와 전문가들의 비난이 호날두에게 집중됐다.
ESPN은 호날두가 콩고민주공화국을 상대로 남긴 초라한 숫자들을 나열하며 “과거의 위대함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생산성은 월드컵 수준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한층 더 직설적으로 “‘선수 10명과 동상 하나’를 데리고 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호날두는 올해로 41세다. 과거와 같은 신체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예전과 다른 플레이를 펼쳐야 하겠지만, 이날의 호날두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FOX 해설을 맡은 티에리 앙리는 경기 후 호날두를 향해 “중요한 게 하나 있다. 팀이 골을 넣어야 하지, 네가 골을 넣어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1 동점이던 후반 22분, 포르투갈 미드필더 프란시스쿠 콘세이상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문전에 서 있던 호날두가 먼 포스트로 움직였다면 공간이 열리고 뒤에서 달려오던 브루누 페르난데스에게 슈팅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움직이지 않았고, 콘세이상의 패스를 자기가 받아 억지로 슛을 날렸다. 힘없이 날아간 공은 그대로 벗어났다.
앙리는 이 장면을 지적하며 “호날두가 골 욕심 때문에 페르난데스의 동선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면 수비하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호날두의 월드컵 첫 경기는 다른 스타들의 맹활약과 대비되면서 한층 더 초라함을 남겼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와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이 나란히 두 골씩을 터뜨리며 대회를 출발했다. 호날두가 평생의 라이벌로 여기는 리오넬 메시는 호날두가 가지고 있던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아르헨티아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 둘의 활약은 완전히 갈렸다. 메시는 그 자신을 중심으로 짜인 전술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아르헨티나의 팀 경기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호날두는 경기 내내 불협화음만 내며 겉돌았다.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중심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한 반면, 포르투갈 선수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호날두를 보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호날두 동료들을 향해 여러차례 짜증섞인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호날두가 아무리 부진하더라도 포르투갈은 그를 뺄 수가 없다. 워낙 존재감이 대단한 선수다. 대회를 앞두고 포르투갈이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호날두를 경기 후반 교체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마르티네스 감독은 첫 경기부터 그를 선발로 기용했다. 경기내내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고, 여러 선수를 교체하는 와중에서 호날두만은 불러들이지 못했다.
BBC 해설위원 크리스 서튼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지금 다른 경기를 보고 있는 건가. 마르티네스 감독은 호날두를 빼는 게 두려운 것이다. 호날두가 결승골을 넣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경기의 흐름은 이미 그를 지나쳐 버렸다”고 비판했다. 경기 후 마르티네스 감독은 “득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골잡이를 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앞서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때에도 5경기 동안 단 1경기에서만 그를 중도 교체했다. 호날두는 대회 무득점에 그쳤고, 포르투갈은 8강 탈락했다.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 득점은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이다. 이날 무득점으로 월드컵·유로 무득점 기록이 10경기로 늘어났다.
디에슬레틱은 호날두를 가리켜 ‘방 안의 코끼리’라고 했다. 호날두가 문제라는 걸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그걸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호날두가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마르티네스 감독이 어려운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포르투갈의 월드컵 남은 여정 또한 힘겨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포르투갈은 오는 24일 우즈베키스탄, 28일 콜롬비아를 차례로 만난다.
호날두는 지난해 월드컵 예선 아일랜드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규정대로라면 이날 콩고민주공화국에 나서지 못해야 했지만, FIFA는 그 징계를 유예했다. 호날두가 월드컵 첫 경기부터 뛰지 못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많았다.
인디펜던트는 “만약 호날두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면 포르투갈이 이겼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유로 2024때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은 이번에도 호날두의 자존심 때문에 영광의 기회를 놓칠 위험에 처했다”고 적었다. ESPN은 “만약을 위해 포르투갈이 플랜 B를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흐름상 포루투갈이 플랜 B를 마련하고 실행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