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수출 선수 영웅 등극의 날, 483세이브 투수 밀어낼 후보? 갑자기 클로저 변신할까

5월 들어 최악의 난조를 보이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는 디트로이트는 25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더블헤더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사실 1경기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팀 마무리 켄리 잰슨(39)이 경기를 날려 먹었기 때문이다.
1경기 당시 디트로이트는 9회말 수비 전까지 3-2로 앞서 있었다. 모처럼 승리 기회가 찾아왔고, 마무리 잰슨이 마운드에 올라 뒷문 단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8회 2사 후 위기를 잘 막아낸 잰슨이 9회 들어 흔들렸다. 1사 후 잭슨 할러데이에게 볼넷과 도루를 연거푸 내줘 위기감이 감돌았고, 이어 레오디 타바레스에게도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에 몰렸다.
잰슨은 제레마이 잭슨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으나 이후 이중도루를 허용해 2사 2,3루가 됐고 여기서 콜튼 카우저에게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을 맞으며 허무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디트로이트의 팀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가뜩이나 최근 패배가 길어지며 팀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마무리였다.
하지만 이어진 2경기에서는 승리하고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올렸다. 이날 부상자 명단에서 해제돼 복귀한 트로이 멜턴이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어 테일러 홀튼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디트로이트도 7회까지 4-1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마무리 잰슨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디트로이트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구세주'가 등장했다. 지난해 KBO리그 SSG 랜더스에서 뛰었고, 올 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와 1년 700만 달러 보장 계약에 합의한 우완 드류 앤더슨(32)이 그 주인공이었다. 팀의 연패 분위기를 끊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은 앤더슨은 경기를 침착하게 풀어나가며 볼티모어의 추격을 막아섰다.
8회 1사 후 테일러 워드에게 안타를 맞기는 했으나 후속타를 잘 봉쇄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앤더슨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마무리에 들어갔다. 선두 피트 알론소와 사무엘 바사로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또 위기에 몰리는 듯했으나 레오디 타바레스, 타일러 오닐, 블레이즈 알렉산더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끝에 세이브를 수확했다. 디트로이트가 크게 안도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지난해 코디 폰세(토론토)와 더불어 KBO리그 최고 선발 투수로 뽑혔던 앤더슨은 올해 디트로이트의 선발 자원으로 영입됐다. 하지만 선발 경쟁에서 밀린 뒤 올해 주로 롱릴리프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계속된 실점으로 고전하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결과 자체는 안정감을 찾아가는 양상이다. 선발 한 경기를 포함한 최근 7경기에서 16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2로 맹활약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16일 토론토전에는 불펜에서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고, 21일 클리블랜드전에서는 선발로 나가 4⅔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기록하며 역시 무실점으로 선전했다. 이후 사흘을 쉬고 이날 다시 나가 멀티이닝 세이브를 수확했다. 전체적으로 한숨이 나오는 디트로이트 마운드에서 나름 좋은 몫을 하면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CBS스포츠는 경기 후 "앤더슨은 지난 수요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4⅔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바 있다. 그는 올 시즌 주로 멀티이닝 불펜 투수로 활약해 왔다"면서 "다소 기복 있는 성적을 보여줬지만, 최근 흐름은 더 좋아진 편이다. 지난 18⅔2이닝 동안 단 4실점(3자책점)만을 허용했다"면서 앤더슨의 달라진 결과물에 주목했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부진한 잰슨을 마무리에서 내리고, 차라리 앤더슨을 세이브 상황에 기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날 잰슨과 앤더슨이 극명하게 대비가 됐기에 더 그런 측면이 있지만, 잰슨이 언제까지 팀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는 실제 불투명하다. 메이저리그 통산 483세이브를 기록 중인 레전드 클로저인 잰슨은 올해 17경기에서 7세이브를 기록했으나 11번의 세이브 찬스 중 4번을 날렸고, 평균자책점은 5.02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디트로이트는 잰슨을 대체할 마무리 후보가 마땅치 않다.
경기 내용이 비해 결과가 좋지 않은 측면이 있으나 볼넷 개수와 피홈런 개수가 동시에 폭증했다는 점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구위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물론 CBS스포츠는 "(클리블랜드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앤더슨은 다시 불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2세이브와 2홀드를 기록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팀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핵심 필승조 자원으로 기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으나 이런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잰슨과 경쟁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앤더슨은 올해 11.23개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를 기록 중이다. 마무리로서 충분히 자격이 있는 구위다. 볼넷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잰슨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앤더슨이다.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관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