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양말 구멍’ 미신? 월드컵 스타들이 자꾸 구멍 내는 이유

축구계 ‘양말 구멍’ 미신? 월드컵 스타들이 자꾸 구멍 내는 이유

쌍도끼 0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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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미국과 맞붙은 호주 선수들의 양말에 구멍이 뻥뻥 뚫린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어쩌다 난 구멍이 아니라 가위로 자르거나 한 듯 일부러 낸 구멍이었다.


축구 선수의 구멍투성이 양말은 적어도 10년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웨일스 축구 간판스타였던 가레스 베일이 2016년 3월 레알 마드리드 시절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서 커다란 구멍이 난 양말을 신고 뛴 게 초기 사례로 꼽힌다. 2년 뒤 2018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와 잉글랜드 대표팀 대니 로즈, 카일 워커가 양말에 큰 구멍을 낸 모습이 포착됐다. 유로 2024 때는 여러 잉글랜드 선수가 구멍 난 양말 차림으로 출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2024년 6월 잉글랜드 선수들의 구멍 난 양말을 다룬 기사에서 “골망만 구멍투성이였던 것이 아니었다. 일부 선수의 양말에도 꽤 큰 구멍이 있었다”고 묘사했다. 이어 “그것은 패션도, 실수도 아니다”라며 “일부 선수는 그 구멍이 경기장에서 승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기 중에 피 안 통해서”

축구 선수들이 양말에 구멍을 내는 건 다리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기 위해서다. 축구 양말 소재인 폴리에스터는 형태를 잘 유지하는 동시에 꽉 끼어서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다. 여기에 구멍을 뚫으면 해당 부위 혈류가 늘고, 쥐가 나거나 다칠 위험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선수들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선수들이 양말에 주로 구멍을 내는 위치는 종아리 뒤쪽이다. 경기 중 팽창한 근육이 양말의 조임을 크게 느끼는 부위다. 물리치료사 니키 데 레온은 BBC에 “선수들이 근육, 특히 종아리로 가는 혈류를 최대화하기 위해 구멍을 낸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 근육이 팽창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4년 9월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쓰는 11가지 ‘비법’ 가운데 하나로 축구계 구멍 양말을 소개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과 일하는 물리치료사 크리스 해터슬리는 당시 가디언에 최상위 선수들은 매 경기 새 양말을 지급받기 때문에 매우 타이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중 혈류가 늘면 양말이 더 조이게 느껴질 수 있다며 “쥐나 저림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구멍이 약간의 압박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레스 베일이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등장한 2016년 3월 5일 레알 마드리드와 셀타 비고의 경기는 그의 부상 후 복귀전이었다. 베일은 앞서 종아리를 다쳐 47일간 결장했다. 당시 스페인 매체 AS는 베일의 양말을 조명한 기사에서 “종아리 근육의 압박을 풀어 재부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전했다.

잉글랜드 수비수 카일 워커는 이 착용법을 직접 설명한 대표 사례다. 그는 2021년 인터뷰에서 “양말이 너무 타이트해서 종아리에 압박을 줬다”며 “종아리를 풀어주거나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구멍을 냈더니 갑자기 몇 경기에서 괜찮았고 ‘좋아, 이제 이걸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구멍 양말’은 장비 개조

양말 구멍에 최적의 크기나 모양이 있을까. 실제 사례를 보면 제각각이다. 어떤 선수는 뒤쪽에 큰 구멍 세 개를, 어떤 선수는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낸다. 동그란 구멍을 내기도, 세로로 길게 칼집을 넣기도 한다. 정해진 방식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조인다고 느끼는 부위를 잘라내는 식이다.

양말을 아예 다르게 신는 선수도 많다. 높게 끌어올려 신거나, 낮게 말아 내리거나, 발 부분을 잘라내거나, 종아리 뒤쪽에 구멍을 내는 식이다. 양말의 발 부분을 잘라내고 그 안에 접지력을 높여주는 별도 양말을 신은 뒤 종아리 부분만 정강이 보호대를 고정하는 데 쓰는 선수도 적지 않다. 양말이 축구화 안에서 밀리거나 뭉쳐 물집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때 공식 유니폼 양말은 팀 색상과 스폰서 표기를 맞추는 용도에 가깝다.

즉 축구 선수의 구멍 양말은 단순히 찢어진 유니폼이 아니라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장비 개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다른 종목 선수가 장비를 자기 몸에 맞게 손보는 관행과 다르지 않다.

스포츠용품 브랜드 험멜의 전 최고경영자(CEO) 앨런 바드 닐센은 지난 20일 뉴욕타임스(NYT) 산하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에 “일부 브랜드는 로고의 가시성과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양말을 매우 촘촘하게 짠다”며 “그 결과 꽉 끼게 되고 일부 선수는 이를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발목 완충 구역, 압박 구역, 메시 소재 삽입부 등을 구분해 통풍과 착용감을 개선한 축구 양말이 나오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뛰었던 게리 네빌은 2024년 팟캐스트 ‘스틱 투 풋볼’에서 선수들이 양말을 잘라야 할 정도라면 장비 공급사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냐는 취지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선수들은 축구화를 400켤레쯤 갖고 있고 모든 것을 맞춤 제작한다”며 “유니폼 후원사가 조금 더 큰 양말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근거 없어도 선수들은 편해

선수들의 믿음과 별개로 구멍 양말의 의학적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물리치료학 박사 라지 브라는 2023년 축구 분석 매체 티포 풋볼에 “예방 조치로 양말에 구멍을 내는 것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아리 압박을 의학적으로 줄이려면 경기 사이 회복 수단으로 압박 양말을 쓰는 방식이 오히려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양말을 잘라 압박을 푸는 것과 반대로 일정한 압력을 주는 양말이 혈액순환과 부기 감소를 돕는다는 얘기다. 브라 박사는 축구선수들이 경기 중 종아리를 충분히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혈액순환이나 부기 문제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전문가 설명을 종합하면 구멍 양말은 입증된 부상 예방법이라기보다 선수가 느끼는 조임 등 불편함을 줄이는 방식에 가깝다. 선수에게는 실제 의학적 효과보다 ‘몸이 편하다’는 감각이 더 중요할 수 있다. AS가 구멍 난 양말의 효과에 대해 자문을 구했을 때 의료 관계자들은 “부상 예방 측면에서 신체적 효과보다 심리적 이점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공격수 프랭크 누블은 2023년 디애슬레틱에 “경기장에서는 언제나 가능한 한 편안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구멍 양말은 축구선수들이 양말 높이, 정강이 보호대 크기, 축구화 끈 묶는 방식까지 자신만의 루틴을 고집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 물리치료사 해터슬리는 그렇다고 모든 축구인이 양말에 구멍을 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선수는 경기 때마다 새 양말을 신는 경우가 드물고, 양말은 신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구멍 양말은 비용 문제도 낳는다. 큰 구단은 새 양말 몇 켤레가 별 문제가 아니지만 하부리그 구단에는 반복되는 장비 손상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잉글랜드 비리그 구단 노스우드의 앨런 에번스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양말을 계속 잘라 쓰자 양말값을 직접 내도록 했다고 디애슬레틱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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